봄로야 

근사한 악몽 01
A Nice Nightmare 01

 

2017.04.21

미완의, 미약한, 미미한 중심

중심이 밀어낸 땅

땅에 묶인 몸

두렵다

중심이 쫓는 주변

주변이 밀어낸 땅

땅에 묻힌 몸

악몽

반복

20XX.XX.XX~XX.XX 땅을 19번 보았다.

낮 열두 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선 시간이 정확하지 않아 삼십 분째 마음속 짜증을 삭혀야 했다. 버스가 오는 방향을 가끔 바라보는 것밖엔 할 일이 없었다. 6개월 전, 매일매일 빈 땅을 구획하고 채우느라 소음이 가득한 개발 도시로 이사를 왔다. 서울과는 달리 공터가 너무 많아 이상할 지경이었다. 땅은 씨앗을 뿌리면 뭐라도 자랄 듯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 빌라, 상가 등이 있었지만, 그 밀도가 아직은 헐거웠다. 마을버스 정류장 앞에도 공터가 있었는데, 내가 서있는 곳을 기준으로 땅의 시작부터 건너편 끝까지 철끈 한 줄이 가로질러 있었다. 부지의 정확히 반을 가른 철끈은 바닥에서 약 십 센티 정도 띄워져 있어 땅의 수평을 가늠케 했다. 동시에 내 시점에서는 수직으로 뻗어 보였다. 손바닥만한 종이에 직선으로 그어진 검은 선, 하얀 모래로 덮인 부지, 그 끄트머리에 멀리 세워진 주황색 굴착기, 검은색 흙더미의 모양을 그렸다. 버스는 예정 시간보다 사십 분이나 지나 도착했고, 주말에는 한 시간에 두 대만 다닌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열두 시 삼십구 분, 철끈의 그림자가 철끈만큼 선명하게 땅을 반으로 갈랐다. 

XX.XX

다음 날 마을버스 정류장 앞 부지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구멍이 조그맣게 파여 있었다. 철끈은 보이지 않았다. 구멍을 그렸다. 인부는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가늘게 떴다. 백색의 평면에 갈색 정사각형과 조금씩 삐져나오는 초록색 부유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