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러들

 

2017.04.25

​꺄르

첫 번째로 cavers(일명:동굴러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들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많지도 않은 7인의 생각은 당연히 다르고, 또 무섭게 닮은 구석이 있다.

70명, 700명을 한다 해도 우린 닮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공감’이 가능하고, ‘소통’이 되며,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마도 예술일 것이다.

7인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했고, 받은 답안지를 가감 없이 옮긴다.

한사람을 제외한 우리는 숨기를 작정했기에 이곳의 모든 활동을 필명으로 진행할 것이며,

인터뷰 내용과 각 카테고리의 글을 연결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자,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동굴러와의 협업도 기대한다.

 

 

숩(soup)

생애 첫 번째 기억

집을 못 찾아서 골목의 이집 저집 벨을 누르고 다녔던 오후

 

처음으로 칭찬 받은 일

어릴 때 심부름으로 희망슈퍼에서 파와 간장을 사온 일.

 

지금 당신에게 가장 큰 단어 3개

기류, 의외, 이동

 

꼭 하고 싶은 것

포르투갈에서 책보기

 

자신을 표현하는 형용사 3 혹은 한 문장

느리게, 느슨하게, 비껴있고 싶은

 

동굴러들에게 한마디

반갑습니다. 궁금합니다.

 

 

 

봄로야

첫 번째 기억

‘생애 첫 번째’는 참 어려운 단어입니다. 저는 기억 보존 능력이 짧아서, 가끔 스스로 차가운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추억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어쨌든 엄마가 들려준 어릴 적 이야기 때문인지 기억나는 아름다운 장면이 있습니다. 아주 깊고 높은 동굴, 에메랄드와 코발트 블루 바다, 엄마와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린 동생. 갈색 수염과 붉게 그을린 남자, 조각배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검푸른 보석처럼 빛나는 심해를 본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칭찬받은 일

어렴풋이 유치원 선생님이 뭐만 해도 아이고 참 잘했어요! 했던 것 같은데요.

 

지금 당신에게 가장 큰 단어 3개

불투명, 관계, 기쁨

 

꼭 하고 싶은 것

언젠가는 ‘깊은’ 울림을 받고 ‘깊은’ 울림을 주고 싶습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형용사 3 혹은 한 문장

딱딱한 크로아상

 

동굴러들에게 한마디

먼 거리에 있지만 서로 바라봅시다.

 

김지연

생애 첫번째 기억

생애 첫번째라고까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비교적 아주 어렸을때의 기억이 있는데,

방에서 혼자 카세트 테이프로 동화 달타냥 삼총사를 틀어놓고 듣다 잠들었는데,

등 아래는 꽤 두꺼운 담요가 깔려있던 느낌이 기억난다.

잠에서 깨었는데 집에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서 막 울음을 터뜨렸고,

엄마가 이내 방으로 들어와서 빵집에 빵을 사러갔다 오셨다고, 웃으며 말했던 장면.

 

처음으로 칭찬받은 일

기억이 잘 안난다.

칭찬을 받아도 쑥쓰러워서인지 금새 기억에서 지워진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큰 단어 3개

현상학, 피아노, 엄마

 

꼭 하고 싶은 것

2년쯤 아무런 문화예술 기금사업을 신청하지 않고 다만 시간과 에너지를 하나에 집중하는 것

 

자신을 표현하는 형용사 3

호기심 많은, 서정적인, 바쁜

 

동굴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우선 동굴로 불러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인 이상을 대면하는 일은 꽤 어렵게 느끼는 편이지만,

재밌게 글을 읽고, 또 쓰겠습니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지 않을 방식으로 하는건 설레는 일입니다!

 

소모

첫 번째 기억

유치원 때 알록달록한 장난감 접시 가지고 설거지 놀이 하던 기억

 

처음으로 칭찬 받은 일

잘 모르겠네요.

 

가장 큰 단어 3

자존감, 사랑, 욕망

 

꼭 하고 싶은 것

아름다운 글을 쓰는 거

 

자신을 표현하는 형용사 3

내성적, 육식동물 같은, 감정적

 

동굴러들에게 한마디

나의 동굴, 각자의 동굴을 잘 꾸며 보았으면 합니다.

 

안팎

생애 첫번째 기억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할 때. 기억 속 나는 탁상 밑에 혼자 누워 있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내 몸은 강보에 싸여 있다. 부모는 뒷집 이웃에게 나를 맡기고 나갔고, 이웃은 나를 두고 잠시 자기네 집에 갔다고 한다. 꾸물꾸물 기어서, 나는 탁상 밑으로 갔다고 한다.

 

처음으로 칭찬 받은 일

칭찬 받은 일이 없지야 않겠지만, 아마도 다 성에 차지 않았으므로 ―― 말 이상의 보상이 없었으므로 ―― 칭찬 받았다는 감각은 알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칭찬을 꼽자면, 유치원 때 미술대회에서 상 받은 일, 그리고초등학교 6학년 때 평생에 유일하게 내 그림이 교실뒷면에 걸렸던 일. 늘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는데 이루지 못했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큰 단어 3개

휴식. 건강. 사랑.

 

꼭 하고 싶은 것

집시 홈스테이.

 

자신을 표현하는 형용사 3/혹은 한 문장

게으른. 주변적인. 느슨한.

 

동굴러들에게 한마디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 외 하고싶은 말

전 말이 별로 없습니다…….

 

크노키

생애 첫 번째 기억

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약 4살 때 마당이 넓은 집에서 동네 친구와 벽돌을 갈아 고춧가루라며 장난치고, 나무가 우거진 넓은 숲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았던 기억

 

처음으로 칭찬 받은 일

초등학교 입학 전 가족, 친지들이 모일 때마다 유치원에서 배웠던 온갖 노래와 율동들을 선보이며 다부진 딴따라 끼를 발산했던 때.(라고 저의 기억력이 인도하는 과거는 이 정도네요. 그런데 이 모든 딴따라 끼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

 

지금 나에게 가장 큰 단어 3개

인내(忍耐), 경계(鏡戒), 집심(執心)

 

꼭 하고 싶은 것

현실을 뒤집어엎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욕망이 더욱 가 닿는 삶. 마음 맞는 누군가와 향후 한 몇 년간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끊임없는 자극들에 무한 노출되는 것(아,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뜨거워지네요. 하하)

 

자신을 표현하는 형용사 3개 혹은 한 문장

현 시점에서 나는 애매한 비트위너(ambiguous betweener)이자 자발적 난민(voluntary refugee)이다.

 

동굴러들에게 한 마디

‘애써 벗어나야 할 대상이자 더 깊이 파고드는 공간’으로서의 양가적 감정 안에서‘애써 벗어날 필요도, 더 깊이 파고들 필요도 없는’ 새로운 동굴의 유형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 서로 다른 인향이 채워갈 동굴의 향후 행보에 짜릿한 기대감을.

 

꺄르

생애 첫 번째 기억

이것이 나의 기억인지 누군가의 기억인지 혹은 어쩌면 소설인지 확실하진 않다.

증조할머니부터 4대가 함께 살았던 아주 큰 집. 할아버지 방에 벽장.

그 안에는 늘 따뜻한 이불들이 한 가득 쌓여 있었고, 그 이불들 속에서 종일 잠들어 있었던 거 같다. 밖에선 찾느라 소란스러웠던.. 참 포근했던.

 

처음으로 칭찬 받은 일

동네 어귀, 어르신들 한가득 계시고,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평생 받을 칭찬 다 받은 듯.

 

지금 당신에게 가장 큰 단어 3

돈.돈.돈이라 써야하는데.

꿈.꿈.꿈이라 쓴다.

 

꼭 하고 싶은 것

5살, 7살 아이가 할아버지, 할머니 손잡고 놀러오는 미술관 만드는 것.

 

자신을 표현하는 형용사 3

어디에도 없는, 먼, 뾰족한

 

동굴러들에게 한 마디

동굴에 있더라도 시선은 밖을 향하기를.

가끔은 큰 소리로 말하기를,

그렇게 만나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