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로야 

근사한 악몽 03
A Nice Nightmare 03

 

2018.01.10

XX.XX

마을버스 정류장 앞 공터는 파스텔 색조의 장막이 둘린 이후부터 빠르게 공터가 아니게 되었다. 알록달록한 배선들과 쇠파이프들이 얽혀 덩어리가 커지는 만큼, 현장을 가리는 장막도 거대해졌다. 처음엔 방금 막 쪄낸 무지개떡처럼 구멍 하나 없이 깨끗했던 장막은 점점 크고 작은 구멍과 보푸라기로 뒤덮이며 빛이 바래고 얼룩졌다. 나는 가끔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살짝 벌려 내 키보다 높아진 장막 안을 들여다보았다. 드로잉으로 이어지던 일말의 호기심은 습관이 되어 나는 매일매일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인부의 땀을 먹고 땅 위로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철골 덩어리를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19번에 걸쳐 지켜보았다.

XX.XX

호기심, 흥미, 감흥, 감응 말고 이런 부류의 마음의 반응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로 뭐가 있을까. 그 감정은 건물의 형태가 어느 정도 가늠될 때쯤 사라졌다. 어떤 건물이 지어질 지 뻔했다. 그리기를 멈췄다. 19번의 횟수는 박제해두기로 했다.